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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둉이의 책갈피
베스트셀러보다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보석같은 책을 좋아한다. 꾸밈 가득한 문장보다는 단단하게 서사를 읊는 문장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내 성향은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강해졌다. 책은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달라서 재밌다. 하지만 이 책은 재밌지 않았다. 뼛속까지 K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인지 스토리 맥락에 맞지 않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별한 의미도 없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잘 읽히지 않아서 그런지 원래 책이 그런건지 전체 맥락이 이해가 안 갔다. 시간 순서대로 쓰여있어서 위에 날짜가 나온다. 읽다보면 까먹어서 페이지를 뒤지게 된다. 나중에는 그마저도 귀찮아서 이 내용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헷갈렸다. 울프랑 폭스가 같은 인물인 것도 중간쯔음 읽다가 알았다.. 추리소설 이라기 보다 수사물 느낌이 강했다. 개..
사회에서 일반화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성범죄 가해자의 비율이 남성이 높고,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는 새벽 골목길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하면 새벽 골목길에 혼자 다니는 남성을 조심해야 한다. 물론 새벽 골목길에 혼자 다니는 남성이 무조건 성범죄자는 아니다. 하지만 대낮 큰길에 다니는 여성과 새벽 골목길에 다니는 남성을 조사했을 때, 누가 성범죄율이 높을까? 이런 사회적 사례들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사례들을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나는 머리 길이가 짧은 여성이다. 요즘엔 마스크도 써서 모르는 사람이 내 성별을 알아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머리가 길고, 남성은 머리가 짧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백화점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면 10번 중 7번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어렸을 적부터 키우던 개가 있다. 12년 정도 된 강아지는 여전히 부모님 댁에 산다. 2~3달에 한 번씩 방문하는데, 내가 가는 날마다 강아지는 현관문에서부터 나를 반긴다. 강아지가 좋아했음 하는 마음으로 가방 가득 담겨있던 간식을 꺼낸다. 강아지는 나를 사랑할까? 내가 오는 걸 정말 반기는 걸까? 지금까지 우리 집 강아지가 느끼는 감정을 사람에 빗대 표현해 왔다. 꼬리를 흔들면 사랑하는구나, 짖으면 무서워하는구나. 나는 지금까지 동물을 의인화 해왔다. 그래서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책에서는 동물은 동물일 뿐 사람과 다르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서 충격적이었다. 너무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물이 슬퍼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이 상실감에 나오는 행동..
책을 읽는 내내 레이크록을 “꼰대” 같다고 생각했다. 내 말은 무조건 맞고, 네 말은 무조건 틀리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건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 나는 해도 괜찮지만 너는 하면 안 되는 것. 네가 잘 되는 이유에는 무조건 내 믿음과 지원이 있었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모든 꼰대의 유형에 부합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늘 높은 직급엔 꼰대가 있었다. 왜 꼰대는 성공할까? 꼰대는 처음부터 꼰대였을까? 아님 성공하면서 변하는 걸까? 질문에 대한 자답을 하자면, 꼰대는 처음부터 꼰대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성공의 궤도에 올라갈수록 자신이 했던 모든 일들이 의미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꼰대 레벨”이 상승하는 것 같다. 내가 본 레이크록은 그랬다. 레이 크록이 가진 꼰대력 리스트 내가 원하는 일은 무..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얼마 전에 언니랑 오타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캐릭터가 내 전부인 것 처럼 좋아하고 춤을 따라 추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했다. 춤추는 영상 댓글에 "나도 저 사람들처럼 좋아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적어놓은 것을 봤다.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덕질" 할 수 있는 건 축복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만큼 강한 힘은 없다. 좋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만이 다른 것도 좋아할 수 있다. 작가도 과학 덕후다. 만화책을 보거나, 여행갔을 때, 과일을 먹을 때.. 일상적인 행동에서 과학을 떠올렸다. 본인의 연구와 일상의 모든 것을 연결시키며 재미를 느꼈다. 그런 작가의 덕후같은 행동에서 내가 어떻게 업무를 하고 연구를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