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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바버라 J. 킹) 본문
어렸을 적부터 키우던 개가 있다. 12년 정도 된 강아지는 여전히 부모님 댁에 산다. 2~3달에 한 번씩 방문하는데, 내가 가는 날마다 강아지는 현관문에서부터 나를 반긴다. 강아지가 좋아했음 하는 마음으로 가방 가득 담겨있던 간식을 꺼낸다. 강아지는 나를 사랑할까? 내가 오는 걸 정말 반기는 걸까?
지금까지 우리 집 강아지가 느끼는 감정을 사람에 빗대 표현해 왔다. 꼬리를 흔들면 사랑하는구나, 짖으면 무서워하는구나. 나는 지금까지 동물을 의인화 해왔다. 그래서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책에서는 동물은 동물일 뿐 사람과 다르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서 충격적이었다. 너무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물이 슬퍼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이 상실감에 나오는 행동인지, 평소와 다른 변화에 불안해하는 것인지 아직도 인간은 모른다. 동물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배신감이 들었다. 지금껏 나와 교감해온 강아지였는데 사실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싶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사람이 원한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행동을 해왔을 강아지를 생각하니 속상하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니 정말 강아지가 생각하는 게 뭔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 더 궁금해졌다.
모든 슬픔에는 사랑이 있었다. 슬픔도 사랑의 한 종류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모든 감정은 사랑과 관련있는 것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화가 난다. 사랑하지 않았으면 아무런 감정도 없었을 것이다. 언니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사랑이 원인이었다. 그동안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단순하게 특정한 감정을 말한다고 생각했다. 내 속에 있던 단어를 스스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꼭 정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다른 종과 사랑하는 동물에 대해서도 나왔다. 종이 달라도 사랑하고 위로하고 슬퍼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가정이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종이 다르지만 서로 감정을 공유한다. 인간과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강아지와 교감(강아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했을 때가 그렇다. 체온에 위로받고 힘을 낸다. 그래서 우리가 반려동물과 사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동물을 "키운"다고 말하지만 나는 동물과 함께 산다. 동물은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해야하는 반려이다. 우리 집 강아지는 애완의 의미를 넘어선 가족이다.
원숭이는 아픈 구성원에게 음식을 나눠주지도 않고 돕지도 않는다고한다. 원숭이가 유전 형질이 사람과 가장 유사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충격적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감정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감정은 사회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자기 욕구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도 있다. 모든 생물은 감정을 학습하는 걸지도 모른다. 다른 종보다 문자를 사용해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이 발달한 이유가 감정을 학습하기 적절해서 그런 걸수도 있다. 실제로 로켓에 탄 햄에게 보상으로 사과 한 개와 오렌지 반쪽을 주었다는 대목에서 많이 느꼈다. 인간의 기준으로 침펜지가 좋아하는 것을 학습하고 그것을 보상으로 부여하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과 감정은 학습에서 나왔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사랑과 우정은 남은 자의 슬픔을 대가로 요구한다. 사랑하는 것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상실감은 전염된다. 911테러 당시 뭘 하고 있었는지 전세계 사람들은 다 기억한다고 한다. 내가 만약 그 때 사고를 할 수 있는 나이였다면 나도 기억하고 있었을 것 같다. 예시로 세월호 참사가 있다. 뉴스에서 세월호 속보가 나왔을 때의 나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 날의 본인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뉴스를 보며 감정에 전염된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행복과 위안을 얻으라고 했다. 나는 이 책에서 지식과 추측과 상상력과 우리집 개에 대한 생각만을 얻었다. 감정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이 책을 3년 뒤의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나는 행복과 위안을 얻지 못했다.
평점 : 3.5
무난한 지식 책이었다. 조금 어려웠다.
한줄평 : 제목은 슬픔이지만 사랑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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